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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1 김언수 - 캐비닛
  2. 2009.01.16 천운영 - 그녀의 눈물 사용법
  3. 2009.01.15 박민규 - 핑퐁(Ping Pong)
  4. 2008.09.02 독일인의 사랑
 밑줄2009. 10. 11. 21:09


캐비닛
김언수 문학동네
2006.12.21



176쪽
"나는 죽음이 뭔지 알아요. 그것은 시간을 입금해놓은 자신의 통장에 잔고가 하나도 안 남아 있는 상태죠. 이미 다 써버렸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차압당했거나. 별다른 건 없어요. 그저 파산한 삶을 복구할 잔고가 없는 거죠."

200쪽
"인위적이고 강제적인 질서는 안돼. 그러면 모두 깡통이 되어버려. 그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내면의 질서를 조용히 견뎌봐. 내가 각자의 특이성에 맞춰 시계를 줬는데 왜 아무도 그걸 사용하지 않는 거지?"
 이 우주적 가르침에 따르자면 한 개체가 감지할 수 있는 시간의 사이클이란 언제나 '자신의 시간' 단 하나뿐이다. 우리에게 이해심이 부족한 게 아니다. 우리는 애당초 이해란 걸 할 수가 없다. 번개돌이는 달은, 달은 토끼를, 토끼는 번개돌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226쪽
존재감이 한없이 작아진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무도 나를 기억해주지 않고 어떤 순서도 내게 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는 존재가 호치키스나 진공청소기보다 못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이 세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가치로 존재하고 있는지를 눈치채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이봐, 실망하지 말라구. 인간이 된다는 것은 번호표를 가진다는 거야. 그러니 조용히 순서를 기다려."


Posted by 흘깃
 밑줄2009. 1. 16. 12:06

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창비
2008.1.30



p157
어쩌면 당신은 봄을 낳기 위해 동굴 속으로 숨어든 것인지도 모른다. 봄을 피해서 간 것이 아니라 봄을 낳기 위해 온몸에 꽃을 피우면서 산고를 겪는 것인지도. 당신은 제 살 찢어 꽃망울을 터뜨리는 나무다. 온몸으로 열병 앓으며 싹을 틔우는 대지다. 봄을 잉태하고 봄을 낳는 당신.

p235
우리가 누리던 행복은 깡그리 무시하고 새로운 행복을 찾으라니. 우리가 있는 곳이 낙원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고 애를 쓰면서까지 말이야.

p236
왜 그들의 잣대로 우리의 운명을 강요하는 건지 모르겠어. 행복과 불행을 왜 하나의 관점에서만 평가해야 하는 거야? 그 부름에 응하지 않으면 부끄러워해야 하다니. 틀어박혀 있고 싶고, 되는대로 살아가고 싶어. 그게 내 행복인데, 왜 그들은 그들의 행복만을 강요하는 걸까?

p242
세상에는 우리처럼 그리고 그 남자처럼 발가벗고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테니까. 발가벗고 돌아다닌다고 비웃거나 손가락질 하지 않는, 다른 사람 시선 따윈 신경 안 써도 되는 그런 여행을 하는 거야.


Posted by 흘깃
 밑줄2009. 1. 15. 20:46


핑퐁 Ping Pong
박민규
창비
2006.9.25





p179
우주의 대부분은 빈공간, 인간과 인간의 사이도 대부분은 빈공간이야.

p180
왜 우리일까? 답 같은 건 찾을 수도 없겠지만, 내 결론은 그거야. 뭐? 너와 나는
세계가 <깜빡>한 인간들이야.






Posted by 흘깃
 밑줄2008. 9. 2. 23:33
사용자 삽입 이미지


휴식만이 지고의 선,
만약 신이 곧 휴식이 아니라면
나 스스로 그분 앞에서
두눈을 감아버리리.

Rush ist das hochste Gut, und ware gott nicht Ruh',
Ich schosse vor ihm selbst mein' Augen beids zu.

_독일인의 사랑 P55




 
Posted by 흘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