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2009. 1. 16. 12:06

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창비
2008.1.30



p157
어쩌면 당신은 봄을 낳기 위해 동굴 속으로 숨어든 것인지도 모른다. 봄을 피해서 간 것이 아니라 봄을 낳기 위해 온몸에 꽃을 피우면서 산고를 겪는 것인지도. 당신은 제 살 찢어 꽃망울을 터뜨리는 나무다. 온몸으로 열병 앓으며 싹을 틔우는 대지다. 봄을 잉태하고 봄을 낳는 당신.

p235
우리가 누리던 행복은 깡그리 무시하고 새로운 행복을 찾으라니. 우리가 있는 곳이 낙원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고 애를 쓰면서까지 말이야.

p236
왜 그들의 잣대로 우리의 운명을 강요하는 건지 모르겠어. 행복과 불행을 왜 하나의 관점에서만 평가해야 하는 거야? 그 부름에 응하지 않으면 부끄러워해야 하다니. 틀어박혀 있고 싶고, 되는대로 살아가고 싶어. 그게 내 행복인데, 왜 그들은 그들의 행복만을 강요하는 걸까?

p242
세상에는 우리처럼 그리고 그 남자처럼 발가벗고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테니까. 발가벗고 돌아다닌다고 비웃거나 손가락질 하지 않는, 다른 사람 시선 따윈 신경 안 써도 되는 그런 여행을 하는 거야.


Posted by 흘깃